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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지털 장의사란?
2013년 구글이 내놓은 새로운 서비스는 디지털 세상도 삶과 죽음이 있는 공간임을 인식시켰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유언장이란 용어로 소개된 휴면계정 관리 서비스는 사용자들이 본인 계정에 일정기간 접속하지 않으면 기존의 데이터와 계정을 일괄적으로 자동 삭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무한정 유통되고 보존되던 디지털 정보를 자연적으로 소멸시키거나, 누군가에게 양도(마치 유산을 남기듯이)도 할 수 있게 한 것인데요. 2014년 5월에는 유럽사법 재판소(European Court of Justice, ECJ)가 온라인상에 있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삭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처음으로 인정한 사건을 계기로 스페인의 한 변호사가 자신과 관련된 기사를 게재한 신문사와 검색 링크를 제공한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유럽사법재판소가 구글에 검색결과를 삭제해야 한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에 대한 논의가 전 세계로 확대되었고, 정보의 무제한적 생성의 반대급부로서, 디지털 정보를 없애는 디지털장의사란 직업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2. 역량 및 교육
디지털장의사를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자격제도나 교육과정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단점 이긴 하나, 대신 정보보호 분야와 관련된 업무이기 때문에 유사한 분야에서 일한 경력을 가지고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면 진출이 가능합니다.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인터넷 검색 및 분류에 대한 지식이 중요하므로 법적인 사항을 검토하거나 다룰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법조항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훈련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이에, 정부에서도 중장기적으로 디지털장의사란 직업에 대해 제도 및 법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나선 직업입니다.
3. 국내 전망
디지털장의사의 직업적 전망은 관련 법 제정 및 시행과 맥을 같이 합니다.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잊힐 권리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잊힐 권리의 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 실질적인 제도 도입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평입니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하면 개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제삼자에게 알려줄 수 없기 때문에 고인의 SNS 및 미니홈피 등을 가족이 대신 운영하거나 폐쇄할 수 없고 상속 또한 불가능합니다. 대신 유가족이 요청하면 블로그나 메일계정 삭제는 가능하고, 사용자 사망 뒤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동 폐쇄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한편, 게시물의 경우 다른 사용자들이 해당 게시물에 댓글을 작성했을 때는 게시물을 작성한 본인이라고 해도 삭제가 불가능하며 게시물을 작성한 포털에 요구해도 삭제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유사한 분야인 사이버 평판관리의 경우,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규모를 5,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사이버 평판관리의 경우 특정 기업에 형성된 악성 평판으로 매출이 급감하는 사례가 이슈가 되면서 시장규모가 크게 확대된 바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SNS 계정은 물론, 작성한 글, 사진 등 저작권과 관련된 게시물 및 게임을 하면서 축적된 게임머니 등 다양한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법적 허용이 이뤄질 경우, 디지털장의사를 통해 고객의 디지털 흔적을 지우는 서비스 수요도 늘고 관련 일자리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더욱이 정보통신 산업의 특성상 큰 자금이 필요하지 않고,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이어서 청년 대상 창업 활성화 방안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